계룡산의 아침 펜션

스타베팅 이용후기

45.67.☆.67

작성자 : 오대식

작성일자 : 2023-07-15 18:28:49

내가 하려는 것은. 스타베팅더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하비 동지는, 내려놓지 못하고 있소." 그는 그제야 침을 꿀떡 삼키고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운을 뗐다. “···내가 다니던 공장의 케빈 스미스, ‘미스틱’의 바텐더 윈스턴도··· 우리 동지요.” 이미 알고 있는 이름들. 저들은 반체제 단체의 일원이라는 것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마 하비도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집’ 위치도 아는데, 저들을 모를까. 그저, 이 행위의 목적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던 양심의 편린조차, 깨부수는 과정일 뿐이었다. "거 보시오. 하비 동지는 당을 사랑하고 있었지 않소."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어느 누구를 데려오더라도, 입을 열기는 쉽지 않겠지. “잘 하셨소. 당신도 여자아이와 성욕 처리 여성과 함께 교화소로 보내주겠소.” 그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고맙소.” 교화소로 간다고 해서, 자유를 얻는 것은 아니다. ‘새 사람’이 되어서 나오겠지. 그래도 강제노역 보다는 나을 것이다. “끌고 가게, 로봇 친구.” 안드로이드는 그제야 무장을 해제하고 구속구를 꺼내 그를 구속했다. “한 수 배웠습니다. 딘 레이스 특등 수사관님.” 그리고는 가볍게 묵례를 하는 그녀. “앞으로 그냥 딘 수사관이라 부르게.” 그녀 또한 이제는 직장 파트너. 아무리 감정 없는 기계라지만, 계속 저렇게 풀네임에 직책까지 다 부르면 어색해서 어떻게 살겠어. “네, 알겠습니다. 딘 수사관님.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빠져나가니 나 혼자 밖에 남지 않은 방. 들려오는 소리라고는 창 밖의 사이렌과 흥겨운 노래들. 이제는 더 이상 여기에는 아무도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제야 한숨을 깊게 내쉰다. 오늘도 정신이 피폐해진다. 바닥의 핏자국을 보니 방금 전의 참상이 떠오른다. 굳이 왜 팔을 썰어버리는거야 평화롭게 할 수 있는건데. 나는 지친 몸과 정신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기 위해서 주인 없는 소파에 몸을 맡겼다. 그랬더니 거실 티비 바로 위에 있는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정말 짜증날 정도로. 인자해보이는 어떤 콧수염 난 아저씨가 윙크를 보내고 있는 그림. 그러나 어딘가 불쾌한 느낌이 든다. 그 바로 밑에 큰 글씨로 써져있는 문구. The Father watches over us! 아버지께서 우리를 지켜봐주신다! 저걸 보니 새삼스레, 실감이 된다. 내가 정말 거지 같은 곳에 있다는 걸. 디스토피아 게임 속에 있다는 걸 말이다. 오, 멋진 게임 세상이여 “와 씨, 그래픽 지리네. 이게 게임이냐? 영화지.” 7년 전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봤던 게임 PV를 나는 감탄하면서 봤었다. 매력적인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에, 사이버펑크 분위기가 물씬 풍겼었지. 원래부터 사이버펑크틱한 분위기에 껌뻑 죽던 나는, 귀가하자마자 구매했고 다운로드했다. 그런데 용량이 어마무시해서 자고 일어나서 하려고 했지. 다음날이 주말이었으니까. 최적화를 얼마나 거지같이 했길래 게임 용량이 이러냐면서 잠들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 --- --- [현재 시각] 08 : 10 [등록명] 딘 레이스 [신장/체중] 181.3cm / 87.1kg [골격근량/체지방률] 43.9kg / 8.1% [건강상태] 분석중··· [등급] 블랙실버 [소속] 감사원, 특별수사과 [계급] 이등수사관 {알림} 기상해야함. 기상해야함. 기상해야함.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 --- --- --- 그런데 눈을 뜨기도 전에 내 시야에 나타난 인터페이스가 뜨더니 나를 기상시키더라. “아, 씌벌··· 뭐야···?”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는 내게 원래 몸 주인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고. “여긴 또 어디야? 뭐야? 어?” 그 이후에 주변을 둘러보자, 온통 회색 빛의 물건들과 방이 있었다. 물론 단 한번도 본적 없는 방이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데드 시티 : 프리덤 워’에 들어왔다는 걸 말이다. 이 뒤는 지옥과도 같았다. 안 그래도 어마어마하게 발전한 기술력에, 거대한 독재 체제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세계에 21세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윤리관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 즉결 처형 혹은 인체 실험 혹은 교화시설 엔딩이다. 나는 어떻게해서든 내 자아를 가진 채로 살아남기 위해서 이 세상에 적응해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디스토피아가 디스토피아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제 3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그저 매력적인 세계관이지만, 직접 피부로 이 세계를 경험하니 끔찍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이 너무나 그리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절대 입밖으로 내뱉어서는 안된다. 그 점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내 윤리관은 이 곳에서는 불순사상에 불과했다. 기존의 생각은 모두 숨긴 채 수많은 행동들을 이전 기억에 의지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좀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7년만에 이등 수사관에서 특등 수사관까지 5단계의 진급, 그러니까 초고속 진급을 해버린 것이었다. 최대한 숙청하지 않고, ‘교화’시키는 방향으로 일처리를 했는데 이게 당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데 충분히 그럴만하다. 위로 올라오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숙청 대상 범위가 늘어나고 실제로 숙청되는 양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래서는 절대 체제가 유지될 수 없었다. 지금 현 상황을 분석해보면, 반체제 사상을 가진 인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인데, 이대로는 계속 늘어날 뿐이다. “딘 레이스 상등 수사관 동지. 고맙네. 지금까지의 방법은, 당의 오점을 남기는 짓이야. 그들을 철저히 계몽시키는게 당의 참된 태도 아니겠나.” 조지프 2급 당원이 내가 상등 수사관일 적에 했던 이야기. 아무래도 숙청은 뒤가 구릴 수 밖에 없겠지. 길거리에 약을 풀고, 쾌락으로 기억을 통제시키려고 해도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아닙니다, 조지프 당원 동지. 귀중한 인적 자원을 낭비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때의 내 심정은, 그냥 사람을 최대한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이 세계에서는 생명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란 그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 속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이 이 세계였다. 그래서 내가 중점적으로 다뤄야하는 것은, 톱니바퀴를 교체하는 것보다, 톱니바퀴에 기름칠을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논지를 보여야했다. “음, 역시! 자네는 ‘아버지’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걸세. 내 기필코 자네의 특진에 대해 이번 의회에서 거론해보겠네.” ‘아버지’께서도라··· 아직까지 단 한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만날 리가 없을 것 같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뭐라고 나를 보고 자랑스러워할까.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저, 노동자가 노동자의 역할을, 교화소가 교화소로서의 역할을 하게 할 뿐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 자네는 수사관들의 귀감이야. 언제나 고맙네. 아, 그만 회의에 가봐야겠어.” 그러나 그 회의가 끝나고, 나는 거짓말처럼 4년에 걸쳐 고속 승진을 이뤄냈다. 이등 수사관에서 일등 수사관을 거쳐 상등 수사관까지 3년이나 걸렸는데, 준특등 수사관을 거치고 특등 수사관까지되는데에는 4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게 정말 말이 안되는 속도였다. 그래서 그 뒤에는 수사관들의 수사 경향이 무조건적인 숙청이 아닌, ‘설득’과 ‘교화’에 중점적인 수사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이전의 방식은 명백히 ‘구식’ 방법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내 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필요 없는 살생을 줄였잖아. 아래 등급인 사람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한다 정말. “딘 수사관님. 이번 건에 대해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내게서 뭔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이렇게 안드로이드까지 보내준거 아니겠어? “음, 보고서 말인가? 그거라면 내가 작성하려 했는데.” 그녀는 마치 유전자 조작을 받은 인간처럼 아름다웠다. 백옥같은 피부에 검은색의 단발 머리. 교전 시의 상황까지 생각했는지 몸매는 슬렌더했다. 아무리 디스토피아라고해도 미적 감각까지 맛이 가지는 않았나보다. 아, 오히려 디스토피아이기 때문에 외모지상주의가 더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세계에서 읽었던 디스토피아물에서도 우생학에 기인해서 우수한 유전자들만 상위 계층으로 갔었지. “아뇨, 오히려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잘못된 점이 있나 첨삭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드로이드, 즉 인공지능이 보고서의 첨삭을 요구한다라. 아직까지 안드로이드 제작 관련 기술력은 그리 완벽하지는 않나보군. 생각해보면 어제 하비의 건에서도 ‘구식’ 수사 방법이었고. 아무래도 딥 러닝을 옛날 방식으로 했나보다. 그러니까 내게서 그 데이터를 뽑아내려는 의도로 여기에 온 것이겠지. 물론 내 생각엔 그게 목적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흠, 어차피 보고서는 중앙통제부에서 정각에 확인하니, 그 전에 봐두겠네.” “네, 알겠습니다.” 내 대답을 듣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그녀. 뭐지? “음··· 무슨 문제라도 있나, 로봇 친구?” 나는 의도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 오히려 안드로이드니 웃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어. “아뇨, 없습니다.” 그리고 웃음을 지은 것도 무색하게 무표정으로 쳐다보는 그녀. 이래서 감정 노동이 힘든거다. “그렇다면 왜 내 앞에서 그렇게 서있는거지? 조금 부담스러운데.” 나는 그녀가 좀 불편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그렇게 붙임성이 좋은 편도 아니고 말주변이 좋지도 않았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나보다도 더 심각해보였다. 상식이 결여되어있는 느낌이라해야 하나. “제 모델명은 ANNA-17, 특등 수사관 보조 안드로이드입니다. 제게는 딘 수사관님을 보좌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 이미 아는 정보다. 그 늙은이들이 널 보내주면서 같이 동봉한 서류에도 나와있던 내용이라고. “하하, 굳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네. 이제 해야할 업무는 서류 작업 밖에 없어. 신고라도 들어오지 않는 이상 여기에 있을걸세.” 그래서 나는 더욱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표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알아듣지 못한 듯해 보이는 우리 ANNA-17. 성능 참 알만하다. 아니, 알아듣고서도 여기 남아있는걸 수도 있겠지. “···우리 로봇 친구는 따로 업무를 배정 받은 게 없나? 굳이 내 집무실에 있지 않아도 괜찮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을 밝혔지만, 변화는 역시나 없었다. “지금 하는 중입니다. 무선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작업 가능합니다. 걱정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하. 진짜 미치겠네. 난 혼자가 편하다고. 게다가 니 자리도 있잖아. 사무실에 일부러 니 자리까지 내줬는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하하··· 그럼 차라리 내 뒤에 있게. 눈 앞에 있으니 조금 거슬리네.”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차선책을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리 말을 해봐야 정말 이해를 못했거나, 이해를 못한 척을 할게 뻔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자리를 옮겨서는 내 뒤에 서서 다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늙은이들이 나에게 저 안드로이드를 보내줄때 써져있던 서류에는, 비서용 안드로이드라고 되어있었다. 항상 인간 비서를 두지 않으려하기에 일의 능률을 위해서 안드로이드를 보내준다고 하더라고. 내가 지금까지 혼자서 활동하던 이유는 감시수단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였는데. 이를 알아차린 것일까, 아니면 정말 비서가 필요해보였기 때문에 주는 선의인걸까. 내 생각에는 전자다. ‘아버지’ 혹은 윗분들은. 그들의 시야에 모든 것이 보여야 안심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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